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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임원선거에 대해. - 이영근선생님의 생각

by anakii1 201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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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임원은 우리 반을 대표하는 학생입니다. 선생님이 출장을 갈 때 다른 반 선생님들이 오시면 어떻게 하라고 대표들에게 이렇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교실을 잠시 비울 때도 이름을 쓰게 하는 것은 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대표를 뽑을 때 학생회의 투표로 결정합니다. 학생들이 우리 반의 대표를 뽑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참여’를 경험하는 참 소중한 기회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학급에서 어떤 절차로 학급 임원을 뽑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학교나 학급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래의 차례와 비슷합니다.

 

임원 후보자 신청(자천, 타천) - 공약 발표 - 투표 - 개표 - 당선 소감 - 임명장 수여

 

현재의 임원 선출에서는 임원 뽑는 날 신청을 하거나 추천으로 후보가 결정됩니다. 또한 공약 발표 한 번으로 투표가 이뤄집니다. 공약 발표가 한 번의 웅변 식의 연설(저학년은 자기가 하고픈 말을 쓴 글보다 부모님이 써 준 글이 대부분이고, 고학년은 아무런 준비 없이 나와 당장 생각나는 말을 하는 경우가 흔한 모습입니다.)로 이뤄집니다. 그러니 학급을 위한 봉사심과 맡은 역할에 따른 적합성을 꼼꼼히 따지기 힘듭니다. 단지 인기투표에 그치는 수가 많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지금의 진행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 과정을 조금 더 알차게 바꾸면 좋겠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대표를 뽑을 때 경선 과정을 거칩니다. 대통령을 뽑을 때 텔레비전으로 중계까지 합니다. 국회의원도 지역 방송으로 토론을 하며 자기를 뽑아 달라고 호소합니다. 보통 후보자 정책 발표, 상호 질의응답, 시청자 질문, 마지막 발언으로 이뤄집니다. 이 토론을 보고서 국민들이 평가를 합니다. 이런 경선 과정을 우리 학급으로 가져왔습니다.

사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후보자 토론회에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회장과 반장만 한다고 해도 토론회에만 두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고서 투표 시간은 별도로 또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교과와 연계해서 한두 시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작은 선거이지만 그 과정은 공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공고 시점부터 진행, 투표, 개표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그 과정을 하나씩 들며 유의할 점을 살피겠습니다.


  후보 등록 -> 후보자 번호 정하기 -> 공약 발표 -> 담임선생님 질문 -> 후보자 상호 질의 
  -> 유권자 질문 -> 마지막 발언 -> 투표


후보 등록 신청을 미리 받습니다. 후보 신청을 미리 받아 그 후보들은 토론회 준비를 하고, 유권자는 그 후보들을 하루나 이틀 정도라도 그 친구를 임원 후보로서 지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진행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투표 당일에 후보자로 신청해도 관계는 없도록 운영하기도 합니다. 후보자가 미리 정해질 때 조금 더 관심 가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건 사전 선거운동입니다. 미리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사전 선거운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알려 줘야 하며, 어떤 것이 사전 선거운동인지 서로 이야기 나누면 선거 분위기도 높일 수 있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후보자들의 번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엄정해야 합니다. 보통 후보자 등록 순으로 번호를 줄 수 있습니다. 먼저 등록한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함입니다. 그렇지만 먼저 등록한 학생들이 다른 번호를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미리 후보자 번호는 무작위로 정한다고 알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번호가 정해지면 교실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그러고서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 공약을 발표합니다. 시간은 초등학생 수준으로 봤을 때 2분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사전에 발표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 주는 것이 진행에 좋습니다. 보통 인사말, 자기소개, ‘내가 00이 된다면’, 끝인사로 이뤄지는데, 그 형식을 말하지 않는 것이 학생들의 다양한 공약 발표에는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사회자 질문 시간을 갖습니다. 질문하고 돌아가며 답변하며 진행합니다. 질문하는 차례도 번갈아 가면서 먼저 말하도록 해 공정성을 가지도록 합니다. 공통 질문으로 물음을 준비합니다. ‘다른 후보들보다 자신의 강점은?’, ‘만일 우리 반에 00 같은 일이 생길 때 어떻게 대처하겠나요?’. ‘내가 뽑히지 않는다면?’ 같은 물음 세 가지 정도 묻습니다. 대답하는 시간은 30초에서 1분 사이로 정하면 적당합니다. 
이어서 후보자끼리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미리 도움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후보자들이 서로에게 질문을 할 때 지켜야 할 것이 있어요. 어떤 게 있을까요?” 하고서 묻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말해 줘야 할 것들이 대부분 자기들 입에서 나옵니다. 학급의 발전을 위한 것이지 서로 다툼이 되면 안 되기에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이 시간은 참 치열합니다. 열띤 공방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허탈한 모습으로 전혀 묻지 못하고 시간만 보낼 수도 있습니다. 치열하게 묻건, 아무런 물음을 하지도 못하건 이런 것들이 보는 학생들에게는 판단하는 기준이 되니 모두 소중한 시간입니다. 
다음은 마지막으로 학생들 질문 시간입니다. 유권자인 학생들이 자기 표를 행사하기 전에 묻는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시간을 참 재미있어합니다. 이런 재미를 느끼려면 자기들이 참가할 때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토론회를 시작할 때 미리 이 시간을 언급하며 준비하도록 합니다. “자, 유권자인 학생 여러분들이 꼭 해야 하는 게 있어요. 후보자들이 하는 말과 질문과 대답을 잘 듣고서 궁금한 것을 꼭 써 두세요. 그리고 그것을 여러분이 질문하는 시간에 꼭 해 보세요.” 담임과 후보자들이 긴장으로 놓쳤던 내용을 다른 학생들이 찾아서 물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또한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과 관련한 그 후보자의 이전 학년에서의 모습을 들쳐서 보기를 들기도 합니다. 냉철한 검증의 시간인 셈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많은 학생들은 자기 판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후보자의 활약에 놀라며 자기가 지지하던 사람이 바뀌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또한 아직도 헷갈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헷갈리는 학생들의 표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마지막 발언’입니다. 마지막 발언은 30초 정도의 시간이 적당합니다. 지금까지 토론 과정을 돌아보며 자기의 장점을 주장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러고서 투표를 합니다. 토론회를 하루 전에 하기도 하고, 투표하는 날 바로 하기도 합니다.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토론회를 투표 하루 전에 하면 시간 제약이 없으니 여유를 갖고 토론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토론 때 정한 마음을 바로 투표로 하지 않으니 하루 동안 다른 변수로 마음이 바뀔 수도 있어 토론회를 가진 목적이 조금 옅어집니다. 투표하는 날 토론회 시간을 가지면 토론회를 마치고 바로 투표를 하니 토론회가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면, 시간이 한정되어, 토론회 운영에 시간 제약이 따르기도 합니다. 이런 장단점을 잘 따지고 학교, 학급 상황을 봐서 토론회 하는 날을 적절하게 잘 잡았으면 합니다. 

 

이렇게 후보자 토론회를 하면 좋은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첫째,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묻고 답하며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단지 빈 공 자 공약이 아니라 다른 사람 앞에서 약속임을 자기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지키려고 애씁니다. 그것은 임원으로 뽑혔거나 뽑히지 않았거나 마찬가지입니다. 1학기 때 반장 후보로 나왔던 호진이는 청소를 잘해 깨끗한 교실로 만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며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날마다 한 모둠씩 청소를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투표 결과 호진이는 임원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호진이는 그날 이후 당분간 다른 모둠 청소를 돕는 책임감을 보였습니다. 
둘째, 지내며 임원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임원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희생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임원이 되고서는 희생하기보다는 다른 학생들을 시키는 또는 그 위에서 다스리려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우리 반 00이도 그랬습니다. 2학기에 회장을 하는데 1학기보다 욕도 많이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화도 많이 냅니다. 그러니 어린이 회의 시간에 다른 학생들에게 지적을 받습니다. “저는 이번 안건으로 00 회장의 잘못을 말하고 싶습니다.” 하고서는 공약과 달라진 회장의 잘못을 드러내 회장이 직접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셋째, 임원 선거가 인기투표 성격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단지 한 번의 웅변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 임원을 뽑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전 학년까지 한 번도 임원이 되어 보지 못한 학생들이 임원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넷째, 잔치 분위기로 이끌 수 있습니다. 기존 학급 임원 선거는 늘 임원으로 나오는 학생들만의 잔치입니다. 그 학생들이 앞에 나와서 말하고 그 가운데 한 명을 뽑습니다. 그러나 임원 토론회는 보는 유권자들의 몫이 참 큽니다. 참가하는 기회는 단 한 번이지만 임원으로 참가한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권자인 일반 학생들을 신경 써야 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긴장하고 당황하는 임원들을 보며 재미를 느낍니다. 그러며 자기들도 참가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과정이 있기에 스스로 뽑은 임원을 축하하고 떨어진 학생들을 격려하는 모습으로 마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점을 가진 임원 선거 토론회도 1학기에는 잘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월은 아직 마음이 열리지 않을 때라 운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1학기에 이런 기회를 가졌기에 2학기에는 알찬 토론회가 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그러니 3월 1학기 임원을 뽑는 토론회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낯설어하는 학생들을 많이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2012년 3월 8일. 반장 뽑는 날
“자, 여기는 참사랑 13기입니다. 오늘 참사랑반 반장을 뽑는 토론회를 하려고 합니다. 모두 세 분의 후보가 나와 주셨습니다. 오늘 진행하는 차례는 네 단계입니다. 먼저 후보자들이 자기소개를 돌아가며 합니다. 이어서 정책 발표를 합니다. 내가 반장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발표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후보자들끼리 묻고 답하는 시간입니다. 한 후보에게 다른 두 후보가 묻고 물음을 받은 후보는 대답을 하면 됩니다. 마지막은 청중에게 질문을 받는 시간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기호 1번 길호진 후보부터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은 1분 이내입니다.” 긴장 가득한 후보들 모습이 어찌나 재미있고 우습던지. 소개하는 시간이 금방 끝이 났다.
“이어서 자기 공약을 말씀해 주세요.” 했는데 준비가 덜 되어 하나씩 말한다.
“다음은 후보자가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입니다.” 처음이라 그런지 물음이 없다.
“자, 다음은 청중이 묻는 시간입니다. 궁금한 점을 물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기호 2번 이예찬 후보부터 시작합니다.” 지훈이가 손을 들고 묻는다. “네. 이지훈 말해 주세요.”
“이예찬 후보는 우리 반을 위해 해바라기가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은 무슨 뜻인가요?”
“네. 그건 우리 반을 위한다는 말입니다.”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네.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길호진 후보 차례에도 물음이 나왔다. 최지우가 묻는다. 
“깨끗한 반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요?”
“네. 남아서 청소를 돕겠습니다.”
준호가 이어서 묻네. “우리 반은 어제 청소를 개인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도울 수 있나요?”
“모둠을 돌아가면서 청소를 하겠습니다.”
지훈이도 물어. 이거 길호진 후보가 질문 공세를 받네. “모둠을 돌아가면서 한다고 했는데, 그럼 일주일에 다섯 모둠을 하니 모든 모둠을 돕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호진이가 난처해. “음……. 그러니까 하루는……, 두 모둠을…….”
그러며 대답을 못 하고 말았다. 
“자, 이것으로 후보자 검증을 위한 토론회를 마치겠습니다. 바로 이어서 투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과? 봉사한다고 한 예찬이가 되고, 대답 못 한 호진이는 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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