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학급 회의

by anakii1 2014. 3. 28.

회의

학급회장 선출 후 임시회의를 세 번 했다. 두 번은 회장이 발의, 한 번은 내가 발의다.

첫번째 회의 : 수학여행 때 자리를 어떻게 배치할까

회장의 복안은 멀미자, 준멀미자, 비멀미자로 나누어 그룹을 짜고, 자리를 배치하는 안이다. 명단을 들고 3그룹으로 나누고 나서 대략 짝도 정한다. 회의 진행은 어설프지만 회의 목적인 자리배치는 완료되었으니 만점회의다.

두 번째 회의 : 학급 싸움 문제에 대한 재판 (내가 발의)

회장이 사회, 부회장이 서기, 싸운 당사자 둘은 원고1 원고2로 한다.

먼저 문제상황을 소개할 사람을 검사로 정하여 시작한다. 잘 나서지 않다가 수현이의 용기로 사건이 이야기된다.

원고들을 변호할 변호인을 선정하고 변호인의 의견을 듣는다.

원고1의 변호인은 충분히 입장에 공감하여 변호했지만 원고2 변호인은 생각해보니 원고2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오히려 원고2에게 잘못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에이, 변호사라면 변호를 해야지~"

원고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아직 감정이 추스려지지 않은 두 아이, 힘겹다.

다른 증인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원고2가 원고1의 얼굴을 먼저 때리고, 그 결과 엎치락뒤치락 했다는 말에 분위기가 원고1 쪽으로 흐른다.

원고2, "왜 자꾸 내 잘못쪽으로만 밀고 가는거야?"

내가 거든다.

"싸울 수는 있다. 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얼굴을 때린다는 행위는 별도다. 폭력에 근접했기에 일반적인 다툼과는 다르게 봐야 하는 거다."

증인 역할을 하는 수현이가 가닥을 잘 잡아 이야기해 준다.

마지막 모두 판정. 사과를 더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을 가리는 일.

원고1 사과에는 6명, 원고2 사과에는 7명, 학급분위기를 흐렸으므로 둘 다 공개사과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11표다.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둘 다 나와 사과했지만, 개운치는 않은 표정.

세 번째 회의 : 아침학습시간에 시끄러운 문제. (회장이 발의)

아침에 회장이 이와 같이 회의를 하고자 한단다. 아침에 시끄러워서 이름을 적는데, 그걸 규칙화하고 싶은 거다.

이름 적는 행위는 아이들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역시 회의 주제가 샌다. 회장단도 앞에 나와서 회의진행이 서툴다. 당연하지.

"남자만 적고 여자는 안적으면 어떡해요?" "적히면 어떻게 되는데요?"

내가 다시 길잡이

"이름을 적고 안적고, 벌을 어떻게 주고의 문제가 아냐. 어떻게 하면 아침시간을 덜 시끄럽게 보낼까 하는 거지. 주제를 벗어나지 마라."

회장단들이 몇몇 아이들의 의견만 듣고, 안들을 적어나간다. 이름을 적는다, 붕어벌을 준다, 학급문고를 늘린다 등등.

'어, 이거 합의도 안된 건데, 밀어붙이려 하네.' 속으로 생각했다.

회장단을 불러 말했다.

"합의가 안된 거니까 진행하면 안돼.합의된 것만 써야지"

그리고 아이들에게

"혹시 이 안 중에 꼭 빼고 싶은 게 있나요? 과반수 찬성이면 빠집니다." 압도적 찬성으로 빠진 안은 '이름 적는 것'

그 외 안 중 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은 안들은 다음과 같다.

1. 수업 중 만화책 3번 이상 보면 일주일 동안 만화금지

2. 아침학습때 임원이 경고 3번을 주면 붕어.

3. 각자 3권씩 학급문고에 기부하기 (만화는1권만)

4. 선생님께 칭찬 (  )번이면 붕어면제권 1장. (수영이가 급하게 제시한 안건인데 통과되었다)

2안에 대해 현민 왈

"저거 안좋아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수업 시간에 이상한 말 하지 않으면 되잖아. 오늘 붕어도 이상한 말 해서 걸린거잖아" 회장이 쏘아붙인다. 다른 아이들도 동조.

"그건 그런데..." 말을 흐리는 현민이. 완패다.

3안에 대해 내가 한 마디. "만화라고 안될 거 있나?"

회장이 절대 안된다고 받는다. 1권만 된다고.  큭

이번 회의도 중구난방이었지만 의도된 목적이 달성되었기에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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